달라진 바람의 온도 외에도 평소 좋아하던 문구 브랜드에서 다이어리 출시를 홍보하기 시작하면 ‘아 연말이 왔구나’싶습니다. 다이어리를 고른 때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작년 이맘 때쯤 고른 다이어리가 어땠나' 회고할 시간이 도래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벌써 <문구구절절>에 다이어리 회고 콘텐츠만 N번째라는 게 새삼스럽네요!
제 인스타그램에 다이어리를 고르는 기준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그 기준도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매년스타벅스의다이어리증정이벤트에열심히참여해받은몰스킨노트를모으는재미를즐겼는데어느순간이벤트에참여하지않고, 자연스럽게몰스킨노트가아닌다이어리를찾게됐는데요. 지금생각해보니그때부터 ‘다이어리유목민’이되지않았나싶습니다.
오늘은 다이어리 유목민의 쓴 다이어리와 쓸 다이어리에 대한 러브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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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
✎ 쓴 다이어리와 쓸 다이어리에 대한 러브레터
✎ 잊기 위해 씁니다.
✎ 117명의 나를 찾아가는 기록 전시
바야흐로 다이어리의 계절
✐☡ 쓴 다이어리와 쓸 다이어리에 대한 러브레터
이제는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다이어리 유목민입니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디자인 노트를 꾸준하게 써서 같은 디자인의 노트들이 쌓여가는 게 저의 로망이었거든요? 그런데 스타벅스 이벤트라는 챌린지가 주는 동기가 사라지자 다이어리로 꼭 몰스킨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어요. 그 후로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반려자를 찾는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24년에는 일기용으로 글월의 다이어리를 선택해서 사용했고, 업무용으로 프렐류드 스튜디오의 피키트 다이어리를 사용했습니다. 그 외에 단상이나 영감을 적는 용도로는 트래블러스노트와 롤반 노트를 애용했어요. 문구 덕질(?)을 오래하면 오래할 수록 여러 필기구를 접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노트를 경험 할 수록 저는 종이가 주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발견한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잊고 있었던 노트들을 꺼내 기록을 즐기기도 했어요. 그 중 하나가 트래블러스 노트인데요. 이 트래블러스 노트 중에서도 경량지 노트를 잘 사용했습니다. 여러 권의 노트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느껴진다는 게 트래블러스 노트의 특징이잖아요? 한 권의 노트에서 아무리 인덱스로 나눈다고 해도 그 분리가 잘 체감되지 않았는데 아예 표지와 내지로 구성된 한 권의 노트로 분리되어 있다는 게 오롯이 각 노트별로 주제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경량지 노트는 얇으면서 중성펜, 젤펜, 만년필까지 모두 잘 써져서 특히나 만족하면서 사용했습니다. 정확한 무게 차이는 측정해보지 않았지만 경량지여서 여러 권으로 구성해도 무게감이 부담스럽지 않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롤반의 미니 사이즈 노트는 손바닥만한 사이즈여서 간단한 To Do나 사야할 목록, 정말 빠르게 잊지 않으려고 적는 용도로 사용했어요. 마음이 가벼워지는 용도의 노트죠. 저는 어딜가도 무언가 생각나면 아이폰 메모앱보다는 손으로 적고 싶다는 집착?이 좀 있는데 그럴 때 여기에라도 쓰고 나면 생각을 좀 덜 수 있었어요.
업무노트는 변하지 않고 2년째 프렐류드 스튜디오의 피키트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이고 내지 구성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저는 주로 먼슬리에 + 데일리 노트로 구성하여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에 표지와 내지의 리뉴얼이 있었는데 물에 취약했던 표지가 코팅이 되어 리뉴얼되서 더욱 좋아졌어요!
트래블러스 노트 오리지널 사이즈 / 롤반 미니 사이즈
쓸 다이어리
저는 일찌감치 25년과 함께 할 다이어리를 골랐습니다.(전 좀 금사빠인 것 같아요) 지난 트롤스페이퍼 전시에 가서 만난 데일리 다이어리의 종이와 구성이 마음에 들어서 25년 다이어리로 결정했습니다. 내지는 산젠 토모에리버로 일본의 '호보니치테쵸'와 같은 종이입니다. 사전처럼 얇은 종이인데 내구성도 강하고 만년필 잉크에도 번지지 않고 잘 써지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트롤스페이퍼의 데일리 다이어리의 경우 이 얇은 종이의 특성상 쓰면 쓸 수록 필압에 의해 전체 종이 부피가 점점 커지는데
출처 ㅣ 인스타그램 @mostly_mady
이렇게 변화하는 노트의 모습이 빈티지해보였고, 그 특유의 빈티지함과 어울릴 수 있는 표지 디자인을 하셨다고 해요. 종이의 특성을 고려해서 노트의 미래 모습까지 고려하여 디자인하셨다는게 가장 감명깊었습니다. 저는 트롤스페이퍼의 데일리 다이어리와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요? 일단은 첫 눈에 반한 사이임은 확실합니다💘
트롤스페이퍼 다이어리 표지 / 가정식 패브릭과 콜라보한 노트 커버 재킷
그 외에 업무 노트로 사용하던 피키트 다이어리는 제가 들고 다니는 가방에 비해 큰 편이라 외근이나 출장, 재택을 할 때면 해당 페이지를 휴대폰으로 찍어서 가져갔는데, 이렇게 하면 기록이 이어지지 않아서 조금 번거롭더라고요. 그래서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할 업무 노트를 하나 더 마련했는데요. 오롤리데이의 날짜형 다이어리입니다.
오롤리데이 날짜형 다이어리 표지 / 내지
세련되고 깔끔한 검정색 표지에 단정하고 실용적인 내지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만년필용 종이 등에 비해 매끈한 종이는 아니지만 부드럽고 적당한 두께감이 마음에 들었어요. 주간 캘린더를 보면 큼지막하게 메모할 수 있는 부분과 체크리스트처럼 꼭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구분해서 적을 수 있는 게 마음에 들었고, 특히 왼쪽 상단에 달력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좋았어요.
월간 다이어리나 주간 다이어리의 장점들을 적절하게 버무린 느낌이랄까요? 주간 다이어리를 쓰면, 지금이 한 달 중 몇 번째 주간인지 등 더 넓은 기준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앞의 월간 다이어리를 뒤적이면서 적는 게 신경쓰여서 주간 다이어리 부분에 작게 캘린더 스티커를 붙여 놓기도 했는데 이것도 주간 페이지 중 1페이지에만 붙일 수 있고요. 감탄했던 부분은 월말과 월초로 이어진 주간도 한 눈에 인지가 쉽게끔 표기되어있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구나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덕.다(다이어리 덕후가 만든 다이어리)'라는 걸 실감했어요. 이번에 출시한 다른 제품들도 3개월 다이어리, 100가지 질문 스티커 등의 기획 의도나 컨셉이 기발하더라고요! 1년 기록이 부담스럽다 혹은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 노트를 쓰고 싶다는 분들께는 3개월 다이어리도 좋을 것 같아요!
기록의 이유
잊기 위해 씁니다.
단상(斷想):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
저는 진짜 생각이 많은 사람이에요. 생각의 총량으로만 보면 생각으론 정말 수다스러운데요. 하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저의 모습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은 거의 안하고 대체로 듣고만 있습니다. 내성적인 사람인 이유도 있거니와 정리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풋의 총량이 있으면, 아웃풋의 총량도 있다고 믿는데요. 인풋이 보는 것, 듣는 것, 타인의 감정 등이라고 하면 아웃풋이란 말, 글 등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아웃풋을 말의 형태가 아닌 정돈된 글의 형태로 내뱉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이런 문구 이야기도 어떤 이는 유튜브로 올리는데 반해 저는 이렇게 구구절절 글로 쓰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워낙 생각이 많다보니 중간중간 생각을 빼내지 않으면 인풋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서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그런 상태가 되지 않도록 단상 노트를 씁니다.
얼마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은 기록해둔게 없어서 자신의 많은 생각이 그대로 휘발된 것 같아 아쉽다'라는 말을 하며 저는 많은 것들을 글로 써서 기록해두니 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는데요. 그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기 보다 잊기 위해 기록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기를 써도 지난 일기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나마 단상 노트에 적어둔 어떤 문장이나 아이디어를 다시 찾아보는데요.
단상 노트에 기록하는 목적도 앞서 말한 것처럼 생각의 과부화를 막기 위해 나중에 생각할 것들을 써두고 지금은 잊기 위해서니까요. 저는 잊고 후련해지려고 기록하는 것 같아요. 사우님은 기록을 왜 하고 계신가요? 아래 독자 의견함을 통해 답장 남겨주세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 기록 전시를 진행한다고 해요. 준비기간만 6개월! 117명의 기록과 함께 나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정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제가 리추얼메이커로 활동하며 기록한 문구관찰일지를 통해 전시에 참여합니다. 전시에 가신 분들은 제 기록도 즐겹게 봐주세요! 👋
더해서 제가 리추얼메이커인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것 디깅하기 마을>이 열렸어요.(링크) 좋아하는 것을 수집해보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어요!🍊
📅기간: 10월 26일(토) ~11월 14일(목) 📌장소: 서촌 사사사가(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4) 👉예약 방법: 아래의 버튼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