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의 마지막 일요일(2/25) 교보문고 강남점에서 첫 북토크 자리를 가졌습니다.
사실 저도 책을 쓰면서 제 원고는 봤지만 다른 작가님의 글은 출간 이후에 처음 읽게 됐는데요. 그래서인지 저 역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펼쳤던 기억이 있어요. 아쉽게도 일정이 있으셔서 프렐류드 스튜디오의 정다은 작가님은 못 오셨지만, 다른 작가님들과 처음 뵙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 그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이 책의 공저자이신 작가들은 문구 브랜드 대표님들이 많으신데요. 그에 비해 저는 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회사원에 불과하지만, 문구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북토크에 오지 못하신 사우님들을 위해
제게 할당되었던 질문과 답변을 레터를 통해사우님들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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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문구구절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저는 브랜드 기획일을 하고 있는데요. 트렌드 수집이나 레퍼런스에 도움을 받으려 뉴스레터 구독을 많이 하게됐어요. 지금도 뉴스레터만 받는 메일 계정이 따로 있을 정도로 뉴스레터를 즐겨봅니다. 일에 관련된 것도 보고, 시사나 경제 주제도 많이 보는데 문구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는 없는거에요. 사실 창착하는 쪽보단 소비하는 쪽이 훨씬 쉬우니까, 처음에는 문구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는 안나오나하고 기다렸는데, 그렇게 1년, 2년이 훌쩍 가도록 문구 이야기를 하는 뉴스레터가 없더라고요. 인스타그램에서 문구 이야기를 보고, 간혹 출간되는 문구에 관련된 책을 모두 섭렵했는데도 그 헛헛함이 사라지지 않아서 ‘이참에 내가 시작해보자!’하고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고보니 ‘자기도 만만치 않은 문구 덕후인데 자기보다 더한 문구 덕후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문구에 대한 이야기를 인스타그램보다 더 긴 호흡으로, 블로그처럼 찾아가야하는 게 아니라 개인의 메일함으로 딱 꽂히는 콘텐츠이다보니까 좋다는 코멘트를 많이 남겨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저 말고도 이렇게 많은 문구 덕후들이 있다는 걸 알게되니 문구 이야기를 하는 게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신나기도 합니다.
Q. 책에서 말하는 ‘작고 무용한 스티커에 담겨있는 크고 유용한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귤 한 박스를 사면, 귤이 보이잖아요? 근데 전 귤에 붙은 작은 스티커부터 보이더라고요.
특히 과일 같은 건 공산품이랑 다르게 상품 표기를 할 데가 마땅치 않잖아요?
그래서 스티커 같은 것들이 많이 붙어 있는데 생산지나 생산 브랜드 같은 정보가 함께 들어가 있어요. 디자인도 되어있고요. 그 작은 스티커에 어떤 ‘궁리’의 과정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스티커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사실 스티커라는게, 떼어서 버려도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작고 무용한 것 같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런 궁리나 또 이 스티커를 구매하거나 가져온 곳에 대한 기억이 함께 들어있다는 점에서 이 스티커가 어떤 기억의 메타포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대단하고 유용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책을 스티커라고 가정한다면, 독자들과 어떤 마음을 이어붙이고 싶은가요?
사실 나의 일상과 인생에 연관된 이야기이다보니, 다른 작가님들과 다르게 엄마로써의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왠지 엄마가 되었다는 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더 현실적이고, 더 효율성을 추구하는 더 멋진 어른이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여전히 스티커도 좋아하고, 미니어처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 왠지 어른과는 먼 것들과 함께하고 있는데요. 점점 나이 먹고, 요구되는 책임감의 깊이가 달라져도 좋아하는 걸 꾸준히 좋아하려면 어떤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독자님들에게 이렇게 엄마가 되도 어쩌면 철딱서니 없게 애랑 스티커 가지고 티격태격하는 엄마도 있다, 내가 엄마가 되어도 문구 좋아하고 스티커 좋아하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좀 더 용기내서 좋아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가장 애정하는 스티커는 어떤 것일까요?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책에도 살짝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한데, 제가 대학생일 때 학과 행사에서 쓰고 남은 스티커에요. 저희 과가 그때 10주년을 맞이해서 홈커밍 행사를 했었는데 그 때 제작했던 스티커입니다.
제가 제작한 것도 아니고, 저는 사실 1학년인가 2학년이어서 그렇게 관여도가 높았던 행사는 아닌데요. 왜인지 이 스티커가 버려지는 게 아까워서 한 움쿰 가져왔었어요.
이게 저가 아트지로 만들어져서 어디에 한번 붙이면 자국이 크게 남는 스티커이거든요? 그래서 이제 쓸 데는 전혀 없지만, 더이상 똑같이 만들 일이 없는 스티커라고 생각하니 자꾸 애정의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사실 모든 스티커는 분명 쓰려고 마음먹고 사긴하는데 파일에 모아두고 막상 쓰려면 아까워서 잘 쓰지도 못해요. 그럴 걸 대비해서 같은 디자인을 2개, 3개씩 사곤 하는데 그렇게 해도 아까워서 못 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스티커를 쓰는 용기를 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Q. 가장 좋아하는 국내 또는 해외 문구점을 한 곳 소개해주신다면?
일본 도쿄의 문구점이라면, 홍보라면 홍보인데, 제가 독립출판한 <일본 도쿄 문방구 여행>을 추천드리고요ㅎㅎ 한 곳만 꼽을 수도 없고 어쩌면 여러분들마다 생각나는 곳이 다를 것 같은데요. 바로 여러분 주변의 '동네 문방구'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문구를 살 때 학교에서 다 나눠주기도 하고, 쿠팡이나 다이소 같은 곳에서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데요. 저 어렸을 때만해도 학교 앞에 있는 동네 문방구에 가서 새학기에 쓸 문구들을 부모님과 구입하던 게 당연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요즘은 참 편리하게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필요한 문구가 도착해있는데 여기서 우리가 잊은건 내가 한 학기 동안 쓸 도구를 고르고, 내 취향에 대해 탐구해나가는 경험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아직 어리더라도 취향을 발견하고, 내가 쓸 도구만큼은 내가 고르고 함께 간 부모님과 생각이 다르다면 설득하고 조율하는 과정 또한 경험하면서 어떤 작은 책임감들을 쌓을 수 있는데, 그런 것 없이 도구가 문 앞에 놓여져있으니 그 과정이 사라지는거죠.
여기 오신 분들도 문구를 좋아하시니까 이렇게 시간내서 참여해주셨을텐데, 여러분이 문구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다 문방구에서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건 주변에서 동네 문방구를 찾아보세요. 오래된 문방구를 찾으신다면 저를 태그해서 알려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