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때입니다. 매일매일을 생각한다면 사실 혼란스럽지 않을 때를 손꼽는 게 더 쉬울 만큼 작은 혼란은 미세먼지처럼 자주 찾아오고, 때때로 '역대급 황사'와 같은 큰 혼란이 찾아와 작은 혼란의 어수선함을 무색하게 하기도 합니다.
지금 당면한 나라의 큰 혼란 뿐만 아니라 저 개인에게는 매일 다른 아이의 모습에 겨우 따라가고 배우는 엄마로서의 혼란스러움이 있고, 회사 내 주어진 역할과 해내야 할 일들에 혼란스러움이 있는데 요즘 하나 더 해진 것이 이 문구구절절 뉴스레터에 대한 혼란스러움입니다.
사실 구독자가 늘어날 수록 제가 지불해야 할 플랫폼 이용료 또한 늘어납니다. 6개월 가량은 스티비에서 이용료를 지원받아 월 2번 레터를 발송할 수 있었는데 이번달부터는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습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귀찮음'으로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제 마음이 한겨울일 때 마음의 온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뉴스레터를 빼먹지 않고 쓰는 루틴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반면 지금은 마음이 한겨울도 아닌데 무기력해서 이 뉴스레터가 짐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저도 제 마음과 변덕을 도통 모르겠는, 그런 혼란스러움이 가중됐다고나 할까요.
이런 마음에 이용료가 글을 쓰는 작은 동기는 될 수 있겠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동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용료가 아까운 마음 때문에 의무적으로 글을 쓰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누구를 위해서인지 모르겠는, 무의미한 의무 때문에 글을 쓰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마저 들었습니다. 문구구절절과 사우님들을 애정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냥'하기 보다 '멈춤'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누가 쓰라고 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이걸 쓴다고 제가 돈을 벌 수 있거나 제 커리어에 엄청난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또 사우님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제 편지만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닐테고요. 그런데도 왜 저는 때때로 귀찮다는 마음에 죄책감이 느껴질까요.
주변 사람들이나 몇몇 사우님들께서는 유료 전환을 동기부여 삼아 계속 지속하는 것이 어떻겠냐 말씀주셔서 사실 작년부터 유료화에 대한 고민을 안해본 건 아니지만, 저는 좋아하는 마음을 더 크게 만들고 싶어서 문구 뉴스레터를 쓰는 것이지 문구 이야기를 통한 수익화는 그 목적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제 좋아하는 마음을 돈으로 평가받는 것에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 때론 구독료가 아까워서 구독취소를 하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그럼 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다칠 것 같다는 지레 겁먹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콘텐츠의 형식에 대한 고민도 줄곧 있었어요. 같은 문구 이야기를 해도 유튜브나 릴스를 통한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있고, 더 쉽게는 라이브를 통해 이야기 하는 방식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제 목소리나 제 얼굴이 나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성향상 글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글이어야 제 좋아하는 마음과 문구에 대한 애정만이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텍스트라는 형식은 청각적으로, 시각적으로 어떤 기교?도 부릴 수 없기에 독자로 하여금 제가 설명하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숙고가 필요합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큰 만큼 글쓰는 게 매번 느리고 어려워서 뉴스레터를 쓰는 일이 더 하기 싫어진 것은 아닌가 추측하기도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해보기, 더 가벼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흐를 수 있게 하기의 일환으로 새로운 작은 도전도 시작했습니다. 뉴스레터보다 더 자주, 더 가볍게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인스타그램에 '심야문방구' 릴스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문구소녀'라는 닉네임은 사실 2017년 경 오픈했던 제 첫 온라인 문방구의 가게 이름인데요. 지금은 온라인 문방구는 문을 닫았지만, 제가 두번째 사업에 도전한다면 '심야문방구'를 여는 게 꿈입니다. 퇴근 후에 가도 든든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그곳에서는 디카페인 커피를 드립으로 내려주고, 문구를 마음껏 써보고 쇼핑까지 할 수 있는, 상상만해도 즐거운 곳이죠.
엄마로서의 역할이 추가된 이후로 개인적인 시간을 내고, 개인적인 공간을 갖는게 어려워져서 가족이 모두 잠든 밤 시간이 되어야 비로소 제가 좋아하는 문구를 즐길 수 있는데, 그 날도 새로 산 문구를 열어보려고 밤에 불을 켰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바로 나만의 심야문방구가 아니겠나하는.
누가 문구구절절 발행인 아니랄까봐, 엄청 구구절절했죠?
여기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사우님 감사합니다.🖋️
결론은
1. 이 레터를 마지막으로 뉴스레터는 재정비에 들어갑니다. 내년 상반기 중 돌아올게요!
2. 레터는 보내지 않지만 더 짧고 가벼운 문구 이야기로 인스타그램에서 만나요!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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