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휴재 안내 편지를 보냅니다. 사실 보통 보내는 시간보다 늦은 것도 휴재 안내 편지를 보낼까말까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계속 고민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제 편지를 기다리고 있지도 않으신데, '그냥 아무말 없이 숨어버리면 누구도 모르지않을까?'하는 의심과 '혹시나'하는 기대와, '그럼에도'하는 걱정이 되어 이렇게 편지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요즘 밤마다 비도 세차게 내리고 공기에서 진한 초록의 내음이 나는 한 여름입니다. 이전 같았으면 이 계절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지 않았을텐데, 현재 제 상태와 대비되는 이런 강렬하고 진한 계절이 자꾸만 의식됩니다. 저는 지금 한 겨울 오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은 얼마전부터 상담을 시작했는데요. 집중하지 못하고 무력감이 지속되어 결심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불안을 동력 삼아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담을 시작하고 제일 먼저 불안도에 대한 검사와 우울감에 대한 검사를 했는데요. 결과는 제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였습니다. 저는 불안은 높지만 우울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점수는 불안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데, 우울은 일상에 지장을 주기 시작하는 정도로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최근을 되돌아보니 재미있는 것도, 흥미로운 것도 없고, 무기력하고 도무지 집중되지 않는데도 일을 해야하니 일터에서 집중하려 안간힘을 쓰는 저답지 않은 일상이 지속되고 있더라고요.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편지에 우울감이 묻어나 보는 이로 하여금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큽니다. 그래서 좋지 않은 마음으로 억지로 문구 이야기를 하기보다 조금 기운을 차렸을 때 다시 만나뵙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쉼이 길지는 않고요. 딱 이번 편지만 쉬고, 다음주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곧 다시 인사드릴게요!
사우님 오늘도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