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님 또 한 주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주 베트남에 다녀왔다가 지금은 괌에 와있습니다.(그래서 레터가 하루 늦었습니다...) 강렬한 여름의 한 가운데에 태어난 사람이지만 여름이 참 싫었는데 이렇게 일년 내내 여름인 나라만 찾아서 다니고 있으니 스스로가 좀 신기하기도 합니다. 언어가 조금 편하다는 이유로 휴가나 여행은 무조건 일본을 선호했는데 제 발로 안가본 나라를 도장깨기하듯 다니고 있는 모습이 좀 대견하기도 하고요. 여름 나라만 다니고 있는 덕분에 올 여름에 더 길게 머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다만 가족여행이라 제가 하고 싶은대로 후미진 골목에 아담하게 자리한 문구점만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조금 어렵지만 그 와중에도 '문구 필터(문구를 좋아하는 마음)'를 장착하고 있으니 베트남에서도 기본 볼펜 잉크가 파란색이라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괌 여행에서는 어떤 문구를 만나게 될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베트남과 괌 여행 사이, 잠시 한국에 들어간 사이 바쁘게 움직여 작은 전시도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요.
📬
오늘의 편지
✒︎
✎ 종이에 진심인 브랜드가 새로운 노트를 소개하는 방법
트롤스페이퍼의 미색종이전
✐☡ 종이에 진심인 브랜드가 새로운 노트를 소개하는 방법
온라인 쇼핑도 즐겁지만 문구 쇼핑 할 때만은 직접 보고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을 선호합니다. 온라인에서는 큰 감흥이 없던 문구도 실제로 보고, 그 쓰임을 상상해보고, 냄새와 촉감 그리고 크기를 보면 별로였다는 생각이 쏙 들어갑니다. 특히 노트의 경우 그 편차가 큰데요. 그래서 노트는 써본 제품이 아닌 이상 인터넷 구매는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디자인은 예쁜데 막상 써보니 촉감이 너무 거칠거나 필기구마다 편차가 커서 특정 필기구만 쓸 수 있다거나 하는 노트들이 종종 있더라고요.
그런데 온라인에서 구매하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든 노트를 구매할 때 어떤 종이를 썼는지 밝혀둔 노트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실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무슨 종이를 썼다고 한들 잘 와닿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서 어떤 필기구에 어울리는지 상상하는 것도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문구를 좋아하면 점점 '내 취향'을 찾게 됩니다. 어떤 노트를 한 번 써보곤 '어? 이런 촉감 좋은데? 내가 자주 쓰는 필기구랑 궁합도 잘 맞는 것 같아. 앞으로 이 종이로 만든 노트를 구매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겠다'하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또 이런 노트 저런 노트 많이 써보다보니 특정 종이를 쓴 노트를 자주 쓴다는 것을 깨닫는다거나, 미색 계열을 좋아한다거나하는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 노트가 어떤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혀둔 노트를 만난다면, '아 이 브랜드는 종이까지 고심했구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본의 호보니치테쵸는 토모에리버(지금은 산젠 토모에리버)라는 종이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죠. 사전처럼 얇은 종이인데 뒷비침이 적고 만년필 잉크도 잘 받습니다. 미도리의 MD노트 또한 특유의 촉감과 색감의 종이를 좋아해서 그 노트만 쓰는 분들이 많은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이죠. 저 또한 이 노트 종이 좋은데 싶으면 어떤 종이를 썼는지 홈페이지의 상세페이지나 제품 뒷면의 설명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아쉽게도 어떤 종이를 썼다고 표기한 노트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떤 종이를 썼는지, 왜 그 종이를 써야만 했는지 이유가 있는 브랜드를 만났어요. 바로 종이에 진심인 국내 문구 브랜드 '트롤스페이퍼'입니다.
트롤스페이퍼는 이전부터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 중 하나인데요. 이 브랜드, 종이에 진심인데?하는 느낌은 Label Sticky Paper 스티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였어요. 라벨 스티커 한 장 한 장 어떤 종이를 사용했는지와 평량(종이 가로 1m x 세로 1m의 무게)까지 써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트롤스페이퍼가 전시를 연다고 해서 흥미로웠는데, 전시 제목이 무려 <미색종이展> 아니겠어요? 종이에 진심인 문구 브랜드의 종이와 관련된 이야기라니 이건 놓칠 수 없죠! 작은 공간이었지만 트롤스페이퍼에서 새로 선보이는 다이어리와 노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 메시지 카드 외에 25년 다이어리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위클리와 데일리로 나뉘어져 있고 내지는 산젠 토모에리버를 사용했습니다. 우연히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더 많은 흥미로운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내지의 날짜나 기록을 위한 간단한 가이드라인 그래픽의 웜그레이 컬러는 언뜻보면 도드라져보이는 것 같아도 필기를 하면 필기구의 잉크색이 더 돋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시야가 방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합니다. 또한 커버 역시 짙은 베이지색에 세로의 텍스쳐가 들어가 있는데, 이는 산젠 토모에리버와 같은 얇은 종이를 쓰면 쓸 수록 글자 부분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부품 현상이 빈티지스럽게 보였고, 그 빈티지스러움과 표지를 조화롭게 할지 고민하면서 선택한 컬러와 디자인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노트를 사용하면서 변화되는 노트의 미래 모습까지 고려하셨다니. '아 이건 진심이 아니면 생각할 수 없다!'며 감탄했습니다. 컬러, 촉감 등 모든 것이 이유가 있었어요.
또한 무지/라인/모눈으로 구성된 피그노트는 그문드 오리지널을 사용했는데요. '이 고전적이고 순수한 종이는 특유의 색감과 포슬한 촉감으로 필기구 탐험가와 집념의 기록자들에게 잘 어울린다'는 설명과 같이 미색에 살짝 빈티지한 느낌이 나서 만년필 잉크와 잘 어울리는 종이였어요. 함께 파이롯트의 잉크를 이용해 시필도 해볼 수 있어서 다양한 만년필과 만년필 잉크 컬러를 체험해보는 재미도 있었어요.
또한 아래의 왼쪽 사진과 같이 종이와 노트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보면, 각각의 필기구와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는지 트롤스페이퍼 자체적으로 시험해보고 매겨둔 점수를 볼 수 있습니다. 만년필, 잉크 드롭, 연필, 젤 펜, 수성펜, 볼펜까지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어떤 펜을 쓰는지 탐구하고 그 펜들과 어느정도로 궁합이 잘 맞는지 테스트하다니, 이게 바로 집요한 진심인 것 같아요.
해당 공간은 '가정식패브릭'이라는 브랜드의 쇼룸이자 샵인 것 같았는데, 가정식패브릭과 협업한 노트와 노트 커버 제품들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호보니치테쵸의 경우 종이가 딱 제 스타일인데 매번 커버가 아쉬워서 손이 잘 안가는게 아쉬웠는데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수수하지도 않은 딱 좋은 귀엽고 수수한 도트 패턴의 커버를 발견해서 25 다이어리와 함께 구입했습니다. ⚪️
같이 간 저희 남편은 문구에 관심이 1도 없는 사람인데도 만든 분의 설명을 듣고 나오면서 '진짜 진심인 브랜드 같다'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피그노트 한 권과 25 데일리 다이어리를 한 권씩 구매하곤 집에서 뜯어보는데 툭하고 떨어지는 '종이'에 대한 설명까지...!
전 이번 전시를 통해 트롤스페이퍼와 더욱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디깅 노트를 기록하면서 트롤스페이퍼 브랜드에 대해 더 찾아봤는데, 브랜드 설명에 이렇게 적혀있더라고요.
트롤스페이퍼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창조와 영감의 도구가 되는 제품을 제작하는 스테이셔너리 브랜드입니다. 우리는 좋은 종이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감과 색감을 좋아하고 기계적인 정교함보다는 수작업의 만듦새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더 가치있게 일할 수 있도록 새로운 관점으로 일상의 도구를 연구합니다.
브랜드 소개까지 보고나니, 트롤스페이퍼는 진짜 종이에 진심인 브랜드가 맞는 것 같아요.
사실 괌에서 이렇게 부랴부랴 편지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트롤스페이퍼의 미색종이전이 9/28까지 한다는 소식 때문인데요. 이렇게 좋은 경험을 저 혼자만 하긴 아쉬워서 사우님께 하루 빨리 알려드려고요!
오늘 마침 별다른 계획이 없었다면 가을 기운이 물씬나는 주말, 고즈넉하고 다정한 정동길 산책과 함께 트롤스페이퍼의 종이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시는 건 어떠세요?🍂
독자 의견함을 보니 25년 다이어리 준비하기를 시작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더라고요! 저의 다이어리 후기와 25년 다이어리를 궁금해하시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다음 편에는 24년 다이어리 사용 후기와 25년 다이어리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9월의 마지막 토요일 즐겁게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