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에 의미를 만들어주는 건, 역시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는 일 같습니다. 바쁜 와중에 뉴스레터를 쓰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어느새 뭘 쓸지 고민하고, 새로 산 문구를 다시 돌이켜보는 기회를 갖게되어 일상을 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지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렇게 구구절절 문구이야기를 하는 데 매번 제 편지를 열고 시간 내어 읽어주시는 사우님을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사우님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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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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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난 시 챙겨야 할 생존 문구 리스트
✎ 문구 미니어처, 더 자세히 보기
✎ 스템플러는 나라마다 모양이 다르다?
재난과 문구
재난 시 챙겨야 할 생존 문구 리스트
저는 '패킹'을 좋아합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여행을 가는 것만큼이나 여행 준비물을 챙기는 것이 즐거워요. 00할 때를 대비한 준비물을 미리 싸두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냐하면, '재난 대비 가방'을 검색해서 준비물을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고, 지진 등의 재난 상황이 많은 일본에서는 집집마다 재난을 대비한 가방을 꾸려두는 데 그런 가방이 저희 집 장롱 속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손전등이나 우비는 물론이고 간이 화장실, 은박으로 된 체온 보호 비닐 같은 것까지 구비되어있어요.
이 가방이 평생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평생 쓰이지 않더라도 이 가방 속에 무엇을 더 넣어두면 좋을지 혼자 상상하곤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 좋아할까하고 생각해봤지만 아직 특별한 이유는 찾지 못했어요. 아마도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 N + 준비해두려는 성향 J 가 만나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 현실적인 성향의 즉흥형인 사람들은 1도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아무튼 저는 그렇습니다. 최근에도 재난 대비 가방 준비물을 찾아보다가 이런 주제까지 닿게 됐어요. '재난 시 유용한 문구는 뭐가 있을까?'
혹시 '자고 일어났는데 온 세상이 나 빼고 다 좀비가 되어있는' 상황이 진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번이라도 해보신 적이 있으시다면 지금부터 받아 적을 준비하세요! 작은 가위, 커터칼 같은 문구는 당연히 챙겼다는 전제 하에 추가로 챙기면 좋을 문구들입니다. 지금 저는 아주 진지합니다.
1. 절취가 가능한 롤식 노트
무인양품에 있는 '절취가 가능한 롤식 노트(링크)' 입니다. 이게 왜 필요하냐하면, 어떤 재해가 나서 집이 아닌 곳에 있을 때라던지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하는 상황에서 메모지의 기능뿐만 아니라 표식으로의 기능을 충실하게 해줍니다. 종이와 테이프, 가위를 다 챙길 필요 없이 이 문구와 펜만 있으면 시인성이 높은 메모가 가능하고, 접착이 되며, 절취선이 있어서 손으로 쉽게 찢어서 사용할 수 있어요.
ⓒ 무인양품
2. 형광색 아웃도어 테이프
위에 소개해 드린 무인양품의 스티키 노트도 붙긴 붙는다만 점착력이 다소 아쉽습니다. 그리고 재난 상황이니 물 위에도 붙고 험한 상황에서도 잘 붙어줘야합니다. 이럴 때 덕테이프가 아주 유용합니다. 야마토의 아웃도어 테이프입니다(링크). 강력한 점착력에 튼튼한 소재로 아주 단단하게 고정시키지만 테이프를 뜯을 때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찢어 뜯을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시인성을 높이는 네온 컬러가 좋겠죠? 거기에 모든 재난용품들은 콤팩트함이 관건입니다.
ⓒ YAMATO
3. 필기시 불이 들어오는 볼펜
지워지지 않는 매직도 하나 챙기고, 간편한 필기용으로 볼펜을 하나 챙긴다면 이걸 추천드려요. (짐이 너무 많아지는 것 같네요...?) 제브라 lightwrite 입니다(링크). 제품명이 직관적이죠? 패키지의 설명에 보면, 어두운 곳에서 일하시는 경찰관이나 경비, 간호사에게 추천하기도 하고 캠핑 시에 유용하다는 설명이 덧붙여있습니다. 한번 노크하면 펜촉이 나오고 다시 노크해서 펜촉이 들어간 후에 또 한번 노크하면 이땐 펜촉이 나오면서 불이 들어옵니다. 다시 한번 노크하여 펜촉이 들어가면 이번에는 펜 앞 부분이 형광으로 빛나서 사용 후에도 펜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쉽더라고요. 작동 방식이 더 궁금하시다면(링크)
ⓒ ZEBRA
4. 물에 젖지 않는 종이로 만든 노트
재난과 같은 험난한 상황에서도 버티려면 물에 젖지 않는 종이정도는 구비하고 있어야 여러모로 쓸모가 많을 것 같습니다. '돌종이'라고 불리는 미네랄페이퍼로 만든 리바인더의 노트(링크)입니다. 비가와도 눈이와도 뭘 써놔도 든든할 것 같아요. 재난 상황 속에 안타깝게도 가족 중 누군가와 떨어져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저의 위치를 알리는 글을 젖지 않는 리바인더의 종이에 써놓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는 상상 속의 준비(?)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 리바인더
문구 미니어처 시리즈
문구 미니어처, 더 자세히 보기
지난 뉴스레터에 짤막하게 문구 미니어처 소식을 실었는데, 우연인지 그 미니어처 세트가 순식간에 품절이 됐습니다. 소개해드리기 전에 구매를 하고 소개해 드릴 걸 그랬어요. 발매 된지 얼마되지 않아서 소개한 후에 나중에 천천히 사도 되겠지했는데, 저처럼 원래의 것에서 커지거나 작아진 것에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가봅니다.(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전 마지막 수정을 하고 있는 이 시점엔 다시 재입고가 되었더군요(링크)) 그래서 제가 모으고 있는 문구 미니어처 시리즈를 더 자세히 소개해보려고요.
일본에도 문구 분야의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들이 있습니다. 그중 '문구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는 칸 미사토(링크)와 가챠 굿즈 브랜드 kenelephant(링크)가 콜라보한 문구 미니어처 시리즈입니다. 미니어처 마스코트 the 문구 라는 타이틀로 벌써 시즌6까지 발매되었습니다. 일본에서 누구나 다 알만큼 친숙해서 '국민 문구'라고 불릴 만한 문구들을 문구 소믈리에가 큐레이팅하면 그걸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가챠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미니어처여서 그냥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패키지의 설명이나 바코드까지 제대로 들어가 있고, 어떤 것은 실제로 열리는 등 작동되고 고무줄 패키지 안에 고무줄이 잔뜩 들어있기도 해서 그 정교함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시즌 6까지 있지만 이 가챠를 알게된지 얼마 안되어서 전 시즌을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종종 재발매 소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국에 유통하는 곳이 잘 없어서 다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요. 혹시 다 모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저한테도 자랑해주세요!
문구 브랜드가 ESG 경영을 실천하는 방법은 이런 것이지 않을까요. 모노 지우개로 잘 알려진 톰보우에서 조개 껍질을 이용한 지우개를 출시했습니다. 지우개는 보통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때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구현하기 위해 가소제를 사용합니다. 이러한 가소제는 환경호르몬 발생 등의 많은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가소제를 사용하지 않고 지우개 슬리브 또한 재생지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아직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듯 해요.
캐릭터룸은 들어봤는데... 문구룸이라고요? 빌라폰텐 프리미어 그랜드 하네다 공항 지점에 고쿠요와 콜라보한 객실이 있다고 해요. 지난 3월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고쿠요의 첫 호텔과의 콜라보라고 합니다. 3가지 타입의 방이 준비되어 있고, 방 안에는 11배 스케일로 확대한 문구 아이템과 캠퍼스 노트 종이를 사용한 메모가 준비되어 있다고 해요. 혹시 하네다 공항 근처에서 호텔을 찾고 계시다면 참고해보세요!
최근 인스타그램에 알리익스프레스 / 테무의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요. 어떤 물건도 저의 흥미를 끌지 못했는데, 반짝이 형광펜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과장된 광고 같지만 그렇게 예쁜 발색이 가능한지, 다른 형광펜과 무엇이 다른지 무척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흥미로운 문구 몇 가지를 더 찾아 주문을 했습니다. 다음 콘텐츠에선 알리 문구 택배깡을 보여드릴게요!(택배 언박싱을 '택배깡'이라고 하더라고요?)
오늘도 구구절절한 저의 편지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길!🕊️